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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기 여성만 신혼부부?…정부 ‘성차별적’ 기준 왜 안바뀌나 2020-06-05 관리자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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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지난 1일 만 49살 이하 ‘가임기 여성’만 신혼부부 범주에 포함하는 주거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성차별적 기준’을 사용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논란이 되자 국토부는 2일 저녁 해명자료를 내고 “신혼부부 중 여성배우자의 연령을 제한하는 것은 성평등 가치에 부합하지 않고 정책이 성차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향후 주거실태조사부터는 연령제한 기준을 폐지할 계획”이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해당 보도자료가 올라온 국토부 게시판에는 3일까지도 200개가 넘는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보는건가” “제2의 가임기 여성 지도 같다” “시대가 변했는데 부끄러운 줄 알라”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이처럼 비판의 목소리가 큰 건 여성을 ‘출산을 위한 도구’로 바라보는 인식이 정부 정책에서 드러난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공무원들의 성평등 의식 부족도 문제이지만, 성차별적인 정책이 만들어지는 걸 방지할 수 있는 ‘성별영향평가’나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제도 등이 실효를 낼 수 있도록 정비돼야한다고 지적합니다.

 

 

 

■ 2016년 ‘대한민국 출산지도’, 2018년 ‘출산력 조사’...계속되는 논란

 

2016년 12월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관련 기사: ‘가임기 여성지도’ 이렇게 탄생했다) 행자부는 당시 시·군·구 별로 20~44살 가임기 여성 인원 수를 지도 형태로 제작해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민 접점의 지역정보를 제공하며 저출산 극복의 국민적 공감대를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는 여성을 ‘출산 가능 여부’로 분류해 여성을 도구화했을 뿐만 아니라 저출산 현상을 오롯이 여성 개인의 문제로 치환한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출산-보육-돌봄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논의나 고민은 부재한 채 마치 ‘가임기 여성’이 출산을 하지 않아서 이런 사회적 현상이 생긴 것처럼 보이게 한 겁니다. 여성 개개인의 성적 지향, 돌봄 노동의 쏠림 문제,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같은 논의는 모두 삭제된 채로 말이죠.

 

‘저출산’을 거론하며 여성을 도구적 관점에서 바라본 정책 발표는 그 뒤에도 이어집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7년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고학력이면서 고소득 계층 여성이 결혼에 실패하고 있다. 소득과 학력수준이 낮은 남성과도 결혼을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면 유배우율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황당한 연구결과를 내놨습니다. 2018년엔 가임기 여성만을 대상으로 ‘출산력’을 조사하고, 조사 과정에서 부재 중인 여성의 집 문 앞에 ‘출산력 조사 대상’이란 점을 알리는 메모를 공개적으로 붙여 “혼자 사는 여성을 범죄 위험에 노출시킨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주거실태조사’의 신혼부부 기준이 논란되자 2일 국토부가 발표한 해명 자료. 국토부 누리집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주거실태조사’의 신혼부부 기준이 논란되자 2일 국토부가 발표한 해명 자료. 국토부 누리집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저출산 기본계획’도 수정됐는데…시대착오적 기준은 그대로

 

국토부의 이번 ‘주거실태조사’ 발표 역시 이런 논란의 연장선입니다. 나영정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은 “혼인이나 혈연만이 ‘가족’의 기준이 아니고 다양한 동거 방식, 생활동반자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오가고 있는데도, 정부는 가족의 의미를 ‘생식 여부’ 중심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며 “정부가 바라보는 ‘정상가족’의 기준이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여성이 어떻게 도구화되는지 또다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토부의 이런 실태조사는 지난해 수정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과도 거리가 멉니다. 지난해 2월 수정, 발표된 제3차 기본계획안은 ‘혼인, 출산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당당할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모든 아동이 차별 없이 보호받는 여건을 확립하고 포용적이고 평등한 가족 문화를 조성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비혼 출산·양육에 차별적인 여건을 개선하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제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이런 목표 하에선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정책을 연구하고 만들더라도 ‘출산 여부’가 그 기준이 될 필요가 없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연구자는 “세상이 많이 변했는데 정책은 결혼한 뒤 아이를 (반드시) 낳는다는 단계적인 접근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라며 “주택 공공성을 높이고 주거권을 보장하는 방법과 기준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성차별적 정책’ 방지하려면…성별영향평가·양성평등정책담당관 제도 강화해야

 

성차별적인 정책이 만들어지는 걸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릅니다. 현재 정부의 정책과 사업이 성평등한 관점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평가하는 ‘성별영향평가’제도가 존재하지만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성별영향평가제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법령, 계획, 사업에서 성차별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해당 정책이 성별과 관계없이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평가하는 제도입니다. 여성가족부와 각 부처의 협의에 따라 이뤄지지만, 평가 자체의 강제성이 없습니다.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별영향평가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성별영향평가 대상사업을 선정할 때 소관 부처가 문제되지 않을만한 사업을 소극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평가를 번거롭고 귀찮다고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성별영향평가 관련 교육 이수도 의무 사항이 아니다 보니 여가부에서 교육을 받으라고 아무리 독려해도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잘 받지 않는다”며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책이 계속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선 성별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등 강화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8개 부처에 만들어진 ‘양성평등정책담당관실’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보완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일부 부처에만 새로 설치된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의 주요 업무가 바로 성평등한 관점에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하지만 전 부처에 설치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예산과 인력이 모두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양성평등 전담부서 신설 1주년 토론회’에서 “다른 부서의 업무 자문과 모니터링, 개선을 위한 조정협의 권한이 부족하고 장·차관, 실·국장 등 각 부처 고위직 관심이 미흡하다는 한계가 있다”며 “당초의 취지가 적절히 구현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하고, 장관 등 고위직이 성평등에 대한 정치적 의지와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다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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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947696.html#csidx20ce1105f4979928c1c5a6f013cac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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